제8회 대학생인권공모전 수상작(논문-동성(同性) 배우자의 사회권 보장을 위한 제도적 개선 방안에 대한 논의) |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24-11-16 | 조회수 | 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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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同性) 배우자의 사회권 보장을 위한 제도적 개선 방안에 대한 논의 - 국민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 인정에 대한 판례 법리를 중심으로 오승재(한국방송통신대학교 울산지역대학 법학과 3학년) Ⅰ. 서론 대한민국 헌법 제11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ㆍ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ㆍ경제적ㆍ사회적ㆍ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여 평등의 원칙을 선언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르면 “평등의 원칙은 국민의 기본권 보장에 관한 우리 헌법의 최고원리로서 국가가 입법을 하거나 법을 해석 및 집행함에 있어 따라야 할 기준인 동시에, 국가에 대하여 합리적 이유 없이 불평등한 대우를 말 것과, 평등한 대우를 요구할 수 있는 모든 국민의 권리로서 국민의 기본권 중의 기본권”이다.1) 여기서 핵심적인 표현은 바로 ‘합리적 이유 없이’라고 할 수 있다. 헌법재판소는 “헌법 제11조 제1항의 평등의 원칙은 일체의 차별적 대우를 부정하는 절대적 평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입법과 법의 적용에 있어서 합리적 근거가 없는 차별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상대적 평등”이라고 하면서 “합리적 근거 있는 차별인가의 여부는 그 차별이 인간의 존엄성 존중이라는 헌법 원리에 반하지 아니하면서 정당한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하고도 적정한 것인가를 기준으로 판단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2) 관련하여 헌법재판소는 평등의 원칙 위반 여부를 심사하는 기준으로서 엄격한 심사기준(비례성 원칙)과 완화된 심사기준(자의금지 원칙)을 제시했다. 전자는 헌법에서 특별히 평등을 요구하고 있는 경우 또는 차별적 취급으로 인하여 관련 기본권에 대한 중대한 제한을 초래하게 되는 경우, 후자는 그렇지 않은 경우에 적용되는 기준이다.3) 한편 대법원 역시 헌법 제11조 제1항의 평등의 원칙에 대해 헌법재판소와 같은 입장을 취하고 있다.4) 따라서 헌법 제11조 제1항의 평등의 원칙은 헌법상 기본권인 평등권을 도출하는 근거가 될 뿐만 아니라 권리 구제를 위한 사법적 심사 기준으로 적용된다. 차별적 행위 내지는 처우의 피해를 입어 법적으로 권리 구제를 도모하는 경우에 개별법령에서 별도로 권리 구제의 근거를 마련해둔 상황을 제외하면 헌법 제11조 제1항의 평등의 원칙 위반을 주장하며 사법적 심사를 구하는 모습을 보이게 된다. 특히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 집단은 그렇지 않은 집단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차별적 행위 내지는 처우를 원인으로 한 피해를 경험하는 경우가 많은 탓에 헌법 제11조 제1항의 평등의 원칙 위반 여부에 대해 사법적 심사를 구하게 되는 사례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평등과 반차별에 대한 사회적 인식 수준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서5) 헌법 제11조 제1항의 평등의 원칙 위반 여부를 쟁점으로 하는 사건 또한 매우 다양한 영역에서 제기되고 있다. 여기서 다양한 영역이란 차별적 행위 내지는 처우의 원인으로 작용하는 속성이나 정체성, 사회적 신분을 의미하는데 그중에서도 최근 들어 성적지향(性的志向)과 성별정체성(性別正體性)에 관한 차별적 행위 내지는 처우에 대한 시정을 요구하는 사건이 여럿 제기됨에 따라 사회적으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성소수자(性少數者)6)는 다양한 성적지향이나 성별정체성에 대해 포용적이지 않은 사회 분위기에서 자신의 성적지향이나 성별정체성을 있는 그대로 공개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차별과 불이익을 우려하여 스스로 성소수자라는 사실을 밝히지 않거나 소수의 가족이나 친구, 지인에게만 그 사실을 밝히는 경향을 보인다. 그러한 이유로 성소수자는 성적지향이나 성별정체성에 관하여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적 행위 내지 처우를 당하는 피해를 입더라도 법적으로 권리 구제에 나서기를 꺼려하는 경향을 보였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평등과 반차별에 대한 사회적 인식 수준이 일정 수준에 도달함에 따라 성소수자 당사자의 권리의식 또한 과거에 비해 고취되면서 성적지향이나 성별정체성을 이유로 한 차별의 시정을 요구하는 취지의 쟁송(爭訟) 사례가 증가하기 시작했다. 쟁송을 통한 권리 실현의 노력으로 최근에는 성적지향, 성별정체성을 이유로 한 차별이 헌법 제11조 제1항의 평등의 원칙에 반해 위법하다는 취지의 판결7)이 나오기도 했다. 다만 와중에도 사회권 보장에 관하여 성소수자의 권리를 옹호하는 판결을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은 계속되었다. 대부분의 사회권 보장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이성 간 혼인을 기반으로 한 전통적인 가족제도에 터 잡고 있는 탓이었다. 행정청에 의한 혼인신고 수리가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는 동성 배우자 관계의 경우 사회보험을 필두로 한 사회보장제도의 영역에서 사실상 전면적으로 배제될 수밖에 없는 이유 또한 바로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성소수자의 사회권 보장을 실현하기 위한 쟁송 역시 제기되면서 사법부의 사법적 심사를 받게 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로 일부이기는 하지만 사회권의 영역에서 동성 배우자의 법적 권한과 지위가 인정되는 유의미한 변화를 맞이했다. 바로 동성 배우자의 국민건강보험 직장가입자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한 대법원 2024. 7. 18. 선고 2023두36800 판결이다. 해당 판결이 선고 및 확정되면서 동성 배우자의 사회권 보장을 주제로 한 법학적 논의도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었다. 이하 본론에서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지만 위에서 언급한 대법원 판례를 통해 제시된 법리는 단순히 건강보험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다른 사회보험, 나아가서는 사회보장제도 전반에 확장 적용될 여지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위 대법원 판례가 나온 이상 유사한 쟁송이 계속 제기될 것이라는 것이 명약관화(明若觀火)한 상황인 만큼 이미 실재(實在)하는 동성 배우자의 사회권 보장 방안에 대한 법학적 연구 또한 더 이상 미루거나 피할 수 없다. 그러한 맥락에서 앞서 언급한 판례 법리를 검토하는 연구 작업은 동성 배우자의 사회권 보장 방안에 대한 법학적 논의를 진전시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선행 활동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또한 판례 법리에 대한 검토를 통해 제도적 개선방안을 제시하는 작업은 동성 배우자의 사회권 보장에 대한 법학적 논의를 촉진한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하에서는 ① 동성 배우자의 국민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 인정에 대한 심급별 판례 법리를 검토하여 ② 동성 배우자의 사회권 보장을 위해 필요한 제도적 개선방안에 대해 간략하게나마 논의하고자 한다. Ⅱ. 동성 배우자의 국민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 인정에 대한 판례 법리 1. 사안의 개요 원고 甲(남성)은 소외 乙(남성)을 2012년 처음 만나 2013년부터 교제를 시작했고 이후 서로를 반려자로 삼아 같이 생활하기로 합의하여 2017년 2월부터 서울특별시 은평구 소재 주소지에서 동거하였으며 2019년 5월 25일에는 이 사실을 알리기 위한 목적의 의식(‘소소한 결혼식’)을 진행했다. 한편 소외 乙은 서울특별시 마포구 소재 사업장에 취업하여 2016년 3월 1일 국민건강보험 직장가입자 자격을 취득했고 원고 甲은 건강 문제로 직장을 그만두게 되어 2018년 12월 1일 국민건강보험 지역가입자 자격을 취득했다. 2020년 2월 10일 소외 乙은 피고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공단’이라 함) 홈페이지에 ‘동성 부부’라는 사실을 밝히면서 “다른 이성 부부들과 같이 피부양자 자격취득 신고를 할 수 있는지 여부, 만약 가능하다면 피부양자 자격 취득 신고 절차를 알려 주시기 바란다”는 취지의 민원을 접수하였고 2020년 2월 11일 피고 공단 소속 직원은 (동성 사실혼 배우자의 경우도) ‘피부양자 자격 취득이 가능하다’고 답변하면서 관련 절차와 서류를 안내했다. 안내에 따라 2020년 2월 26일 소외 乙은 자신이 취업한 사업장을 통해 “‘원고 甲과 혼인의 의사로 부부 공동의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는 내용의 사실혼 관계 인우보증서를 첨부하여 피고 공단에 피부양자(사실혼 배우자) 자격 취득 신고했다. 소외 乙의 신고를 피고 공단 소속 직원이 수리하면서 2020년 2월 26일 원고 甲은 공단 전산망에 소외 乙의 피부양자(사실혼 배우자)로 등록되었다. 이후 원고 甲은 소외 乙의 피부양자 자격으로 지역가입자 보험료를 납부하지 않고 보험급여를 받았다. 그런데 이러한 사실이 2020년 10월 23일 언론 보도8)에 의해 알려졌고 피고 공단 소속 담당 직원은 소외 乙에게 전화를 걸어 원고 甲을 피부양자로 등록한 조치는 착오 처리였다고 설명한 다음 원고 甲의 피부양자 자격을 소급하여 상실시켰으며 동시에 소외 乙이 제출한 피부양자 자격 취득 신고서를 ‘피부양자 인정요건 미충족’ 사유로 반송했다. 이후에 피고 공단 소속 담당 직원은 원고 甲의 피부양자 자격이 소급하여 상실되었음을 전제로 해당 기간 지역가입자로서 납부하지 않은 보험료를 납입할 것을 고지했다(보험료부과처분, 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고 함). 이에 원고 甲은 ‘절차적 하자(행정절차법 제21조 소정의 절차 누락), 실체적 하자가 있기 때문에 이 사건 처분이 위법하다’고 주장하며 그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 것이다. 절차적 하자의 경우 분량의 한계와 더불어 성소수자의 사회권 보장이라는 논의의 핵심 주제와 직접적인 관련성이 없다는 점을 고려하여 검토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하에서는 실체적 하자를 중심으로 검토한다.
2. 판례 법리의 검토 위 사안을 심리한 결과 1심 법원은 원고 패소 취지 판결, 2심 법원과 대법원(전원합의체)은 원고 승소 취지 판결을 선고했다. 2심 법원과 대법원(전원합의체)이 1심 법원과 다른 결론을 내린 까닭은 행정청(피고 공단)이 국민건강보험법령상 ‘사실혼 배우자’의 범위에 동성 배우자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해석하여 원고 甲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지 않은 행위가 헌법상 내지는 (행정기본법 제9조9)에 명시된) 행정법상 평등의 원칙 위반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해서 결론을 달리 취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하에서는 헌법상 내지 행정법상 평등의 원칙 위반 여부에 관하여 심급별 판례 법리에 대해 검토한다. (1) 1심 법원(서울행정법원)10) - 이성 사실혼 배우자와 동성 사실혼 배우자의 본질적 동일성 : 부정 서울행정법원은 판결에서 “헌법상 평등원칙은 본질적으로 같은 것을 자의적으로 다르게 취급함을 금지하는 것인데, 동성 간의 결합이 남녀 간의 결합과 본질적으로 같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양자를 구분하여 달리 취급하는 것이 그 자체로 헌법상 평등원칙에 현저히 위배된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피고 공단이 헌법상 평등의 원칙을 위반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뿐만 아니라 서울행정법원은 같은 판결에서 “행정법의 일반원칙으로서 평등원칙은 행정청의 재량권 행사를 통제하는 기능을 하는데, 이 사건 부과처분의 전제는 현행 국민건강보험법 제5조, 제9조의 해석으로부터 직접 도출되는 것이고 거기에 달리 피고의 자의적인 재량이 개입되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평등원칙을 위반하였다고 볼 여지가 없다”며 행정법상 평등의 원칙을 위반한 것도 아니라고 판단했다. 헌법상 평등의 원칙의 경우 동성 간 결합이 남녀 간의 결합과 본질적으로 같은 비교대상 집단이 아니라는 전제에서, 행정법상 평등의 원칙의 경우 피부양자 자격 취득 신고 수리는 행정청으로서 피고 공단이 재량권을 행사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다만 서울행정법원은 “동성 간 결합이 남녀 간의 결합과 본질적으로 같다고 볼 수는 없다”고 설시하였을 뿐 두 관계가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근거나 이유는 구체적으로 설시하지 않았다. 헌법상 평등의 원칙 위반 여부를 사법적으로 심사할 때는 ① 본질적으로 동일한 비교 대상 집단의 존재 여부, ② 차별의 합리적 근거(이유) 존재 여부를 차례대로 판단하게 된다.11) 따라서 구조상 ①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② 요건에 대해서는 사법적 심사를 진행하지 않는 구조다. 그러므로 국민의 권리 구제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①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결론에 도달한 구체적인 근거나 이유가 설시되어야 마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행정법원은 “동성 간 결합이 남녀 간의 결합과 본질적으로 같다고 볼 수는 없다”라고만 했을 뿐 구체적인 근거나 이유를 설시하지는 않았다. 이러한 지점에서 행정청의 위법한 처분으로부터 국민의 권리를 구제한다는 인권 보장의 최후의 보루로서 사법부 본연의 역할과 책임을 다소 소홀히 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2) 2심 법원(서울고등법원)12) 1) 이성 사실혼 배우자와 동성 사실혼 배우자의 본질적 동일성 : 긍정 반면 서울고등법원은 이성(異性) 사실혼 배우자와 동성 사실혼 배우자가 본질적으로 동일한 비교 대상 집단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판결 선고에 앞서 변론 과정에서 서울고등법원은 피고 공단에게 석명준비명령을 통해 ‘(이성) 사실혼 배우자와 동성 결합 상대방13)을 달리 취급해야 할 이유가 있는지’ 여부를 물었다. 이에 대해 피고 공단은 “양자가 본질적으로 동일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성 사실혼 배우자는 민법상 동거‧부양‧협조‧정조의무를 부담하고 일상 가사 대리권 및 대리권 행사로 인한 연대책임을 부담하는 방식으로 가족법 제도의 안에 있는 반면에 동성 사실혼 배우자는 그러한 의무와 권리가 없으므로 두 집단이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취지의 주장이었다. 그러나 서울고등법원은 판결문에서 “이 사건 차별대우를 정당화하는 합리적 이유에 대하여는 구체적인 주장‧입증을 하지 않고 있으며, 피고의 전체 변론 내용을 종합해 보더라도 양자를 달리 취급할 합리적 이유에 대한 설명을 찾을 수 없다”면서 피고 공단의 주장을 배척했다. 그러면서 서울고등법원은 ‘(이성) 사실혼 배우자’와 ‘동성 결합 상대방’이 본질적으로 동일한 비교 대상 집단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서울고등법원은 ① “사실혼의 경우에도 권리와 의무는 법률에 규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사실혼 당사자의 의사에 기초하여 법률혼에 관한 규정을 유추 적용한 결과일 뿐”인데 “이 사건에서 사실혼과 비교의 대상이 되는 동성결합은 동거‧부양‧협조‧정조의무에 대한 상호 간 의의 합치 및 사실혼과 동일한 정도로 밀접한 정서적‧경제적 생활공동체 관계를 전제로 하는 것이므로, 결국 사실혼과 동성결합에 의하여 발생하는 권리‧의무의 내용은 본질적으로 이를 다르다고 할 수 없고, 설사 다소 상이한 점이 있더라도 이를 피부양자 제도의 관점에서 두 집단의 동일성을 판단함에 있어 절대적 비교기준으로 삼을 수 없”는 점, ② “국민건강보험법의 피부양자 제도는 가족에 대한 부양을 근간으로 설계된 것이기는 하지만, 그 해석과 운영은 법률적 의미의 가족과 부양의무에 한정되고 있지 않”는 바 “국민건강보험의 이러한 피부양자 제도 운영은, 피보험자 제도가 경제적 능력이 없어 직장가입제에 생계를 의지하는 사람에게도 건강보험을 적용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라는 점 및 시대상황의 변화에 따라 사회보장 차원에서 보호의 대상이 되어야 할 생활공동체 개념이 기존의 가족 개념과 달라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수긍할 수 있는 현상”이므로, “결국, 사회보장으로 기능하는 건강보험 제도의 취지에 비추어볼 때, 법률적 의미의 가족과 부양의무는 피부양자 제도의 출발점일지언정 그 한계점이라고 할 수는 없”는 점을 고려할 때, “피고 공단의 주장과 같이 두 집단의 비교기준을 가족제도 및 부양의무의 맥락에서 찾는다고 하더라도, ‘(이성) 사실혼 배우자’와 ‘동성 결합 상대방’은 모두 법률적인 의미의 가족관계나 부양의무의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는 정서적‧경제적 생활공동체라는 점에서 양자가 다르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요약하건대 서울고등법원은 ① 이성 사실혼 배우자와 동성 사실혼 배우자 모두 법률에 의한 관계가 아니라 동거‧부양‧협조‧정조의무에 대한 당사자 의사 합치와 밀접한 정서적‧경제적 생활공동체의 성립과 유지에 의한 관계라는 점, ② 국민건강보험 피부양자 제도의 해석과 운영도 법률적 의미의 가족과 부양의무에 한정되고 있지 않으며 사회보장 차원에서 보호 대상이 되는 생활공동체 개념으로 가족 개념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이성 사실혼 배우자와 동성 사실혼 배우자가 본질적으로 동일한 비교 대상 집단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서울고등법원 판례 법리의 경우 본질적 동질성을 판단함에 있어 사안에서 이성 사실혼 배우자와 동성 사실혼 배우자가 공통의 전제를 갖고 있다는 점을 짚으면서 문제가 된 국민건강보험 피부양자 제도의 목적과 취지까지 포괄하는 내용의 근거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사실상 비교집단으로서 본질적 동질성을 부정하는 결론만 제시하는 수준에 그쳤던 서울행정법원 판례 법리의 한계를 보완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나아가서는 이하에서 검토할 차별의 정당성(합리적 근거 내지 이유)을 부정하는 데 있어서도 본질적 동질성을 긍정하는 논증에 사용된 근거가 제시된다는 점에서 판례 법리의 논리적 정합성을 보다 풍부하게 만들고 있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있다. 2) 차별의 정당성(합리적 근거 내지 이유) : 부정 서울고등법원은 판결문에서 “이 사건 차별대우는 평등의 원칙에 위반하는 자의적 차별로 인정된다”며 피고 공단의 이 사건 처분이 헌법상 및 행정법상 평등의 원칙을 위반하여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서울고등법원은 성적지향의 경우 “우리 헌법에서 특별히 평등을 요구하고 있는 경우도 아니”고 피고 공단이 한 이 사건 처분으로 인하여 “동성결합 상대방 집단의 기본권에 대한 중대한 제한을 초래한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도 없”다는 전제하에서 차별의 정당성 심사기준으로 엄격한 심사기준(비례성 원칙)이 아닌 완화된 심사기준(자의금지 원칙)을 적용하여 판단했다. 완화된 심사기준(자의금지 원칙)을 토대로 서울고등법원은 “차별의 합리적 이유가 존재하는지의 여부에 따라 판단할 때 행정청의 어떤 행위가 차별대우로 인정될 경우 그 차별에 합리적 이유가 있어 자의적이지 않다는 점은 행정청이 이를 주장‧입증할 책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피고 공단은 ‘(이성) 사실혼 배우자’와 ‘동성결합 상대방’이 본질적으로 동일하지 않다는 주장만 반복할 뿐이고 “이 사건 차별대우를 정당화하는 합리적 이유에 대하여는 구체적인 주장 및 입증”은 하지 못했다고 보았다. 나아가 서울고등법원은 ‘어떠한 차별이 성적 지향을 이유로 정당화 될 수 있는지’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3호에서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을 전형적인 평등권 침해 차별행위 유형 중 하나로 열거하는 등 사법적 관계에서조차 성적 지향이 차별의 이유가 될 수 없음을 명백히 하고 있으므로, 사회보장제도를 포함한 공법적 관계를 규율하는 영역에서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은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다고 할 것”이라고 판시했다. 서울고등법원의 판례에서 확인할 수 있는 핵심적인 법리는 바로 공법적 관계를 규율하는 영역에서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은 (합리적 이유나 근거가 있다고 법적으로 평가를 받을 수 있는 특별한 경우가 아닌 한) 법적으로 허용될 수 없다는 내용이다. 통상적으로 사회권 보장 목적의 제도적 장치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 의해 마련 및 운영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사회권을 보장할 책임이 있는 주체로서 헌법‧행정법상 평등의 원칙에 입각하여 동성 배우자의 사회권 역시 보장해야 할 책임이 있다는 사회보장의 원칙을 확인했다는 의의가 있다. 또한 완화된 심사기준에 의하더라도 성적지향을 제외하고는 본질적으로 동일한 집단 사이 차별적 행위 내지는 처우의 정당성을 구체적으로 주장‧입증할 수 없다면 그 차별적 행위 내지는 처우가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 위반할 소지가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있다. (3) 대법원 전원합의체14) 1심과 2심의 판결이 엇갈리면서 대법원 판결에 이목이 집중됐다. 이에 대법원은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하여 심리를 진행했다. 그 결과 대법원 전원합의체 다수 의견15)은 원심과 동일한 결론의 판결을 선고했다. 대법관 전원이 관여한 판례 법리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급력을 고려할 때 구체적인 내용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다수의견은 이 사건 처분이 헌법상 평등원칙을 위반하여 위법하다는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다고 판단하였는데 그 이유가 되는 법리를 요약 및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다수의견은 건강보험제도 및 건강보험 피부양자제도의 취지와 목적, 기능에 대해 서울고등법원 판결보다 구체적으로 검토하면서 법리를 설시하고 있다. 소수의견으로서 별개의견16)도 설시되었지만 분량의 한계 및 논의의 핵심 주제와의 직접적인 관련성을 고려하여 이 글에서는 구체적인 내용을 소개하지 않는다. 판결문에서 다수의견은 ① 국민건강보험법과 사회보장기본법에 의하면 건강보험제도의 목적과 기능은 “국가가 헌법상 국민의 보권에 관한 보호 의무를 실현하기 위하여 마련한 사회보장의 일환”으로서 “국가공동체가 구성원인 국민에게 제공하는 가장 기본적인 사회안전망”이라 할 수 있고 국민건강보험이 “사회보험으로서 소득재분배 기능도 수행”한다는 점, ② 피고 공단이 “건강보험 혜택이 실질적으로 필요한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국가인권위원회나 국민권익위원회의 권고를 수용하여 피부양자 인정범위를 확대”한 점, ③ “피부양자제도는 애초 전통적인 부계가족 규범에 의해 적용대상자를 제한하는 방향으로 시행되다가, 성차별적 내용을 시정하는 방향으로 가족법 개정이 이뤄지는 등 정치적‧사회적 민주화가 확산되는 과정에서 피부양자 인정기준 역시 불평등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개선”되면서 “피부양자제도가 시대 흐름 및 요구에 부응하며 정책적 판단에 의해서 유연하게 확대”되고 있는데 이러한 조치는 “한편으로는 가족의 해체와 (다른 한편으로는) 재구성에 의한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속출하는 과정에서 그 당시의 가족실태 변화에 부응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여전히 제도권 밖에 있는 사람을 피부양자제도의 본질적인 목적에 따라 수혜자로 최대한 포함하기 위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위와 같은 판단을 전제로 다수의견은 “혼인신고 등 제도적인 결혼이 갖추어지지 않은 사회에서는 두 사람의 결합을 선언하고 알림으로써 그 관계를 공표하게 되고, 혼인신고 등의 제도가 마련되어 있는 경우에는 혼인신고로 관계가 공인된다”면서 “후자의 경우 법률혼 배우자와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 사이에는 혼인신고라는 형식을 갖추었는지 여부에 차이가 있을 뿐이고 피부양자로 인정할 필요성, 실질적 생활공동체의 측면에서는 동일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 법리는 곧바로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 집단에 대하여는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면서도, ‘동성 동반자’에 대해서는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두 집단을 달리 취급하고 있”는 이 사건 처분이 “성적 지향을 이유로 본질적으로 동일한 집단을 차별하는 행위에 해당한다”는 판단으로까지 이어지게 된다. 1) 이성 사실혼 배우자와 동성 사실혼 배우자의 본질적 동일성 : 긍정 다수의견은 ‘피부양자제도에서 직장가입자와 사실상 혼인관계 있는 사람 집단과 동성 동반자 집단이 본질적으로 동일한지 여부’에 관하여 “피부양자제도와 관련하여 직장가입의 동반자로서 경제적 생활공동체를 형성한 ‘동성 동반자’ 집단과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이성 동반자 집단’은 본질적으로 동일함에도 피고는 양자를 달리 취급하고 있다”면서 양 집단의 본질적 동일성을 긍정하는 판단을 내렸다. 다수의견은 판단의 근거로 ① “동성 동반자는 직장가입자와 단순히 동거하는 관계를 뛰어 넘어 동거‧부양‧협조‧정조의무를 바탕으로 부부공동생활에 준할 정도의 경제적 생활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는 사람”인 점에서 “직장가입자의 인생의 동반자로서 생계를 함께하면서 공동생활을 영위”하는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과 차이가 없는 점, ② 이 사건 처분의 근거인 피고 공단의 “지침에 의하면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의 경우 피부양자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인우보증서를 제출하여야 하는데, 이는 (중략) 동성 동반자도 이러한 내용의 인우보증서를 제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없는 점”, ③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을 피부양자로 인정하는 이유는 그가 직장가입자의 동반자로서 경제적 생활공동체를 형성하였기 때문이지 이성 동반자이기 때문이 아닌” 점을 고려한다면 “‘동성 동반자’도 ‘동반자’ 관계를 형성한 직장가입자에게 주로 생계를 의존하여 스스로 보험료를 납부할 자력이 없는 경우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피부양자로 인정을 받을 필요가 있고, 그 요건도 달리보아서는 안 된다”는 점을 제시했다. 비교집단의 본질적 동일성 여부와 관련하여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다수의견은 실질적으로 이성 사실혼 배우자와 동성 사실혼 배우자 사이에 본질적인 차이점이 없다는 사실을 매우 구체적으로 밝혀 설시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특히 국민건강보험제도 및 피부양자제도의 변천과 목적을 구체적으로 살피면서 그 변천과 목적에 비추어 동성 배우자에 대해서도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지점은 앞으로의 성소수자 사회권 보장에 관한 논의의 측면에서도 매우 의미 있는 논리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할 만하다. 2) 차별의 정당성(합리적 근거 내지 이유) : 부정 다수의견은 이 사건 처분이 합리적 이유 없이 원고 甲에게 불이익을 주어 그를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이성 동반자)’과 차별하는 것으로 헌법상 평등원칙을 위반하여 위법하다고 판시하였다. 구체적인 이유를 살펴보면 ① 피고 공단이 건강보험의 보험자로서 “국민건강보험법령의 적용과 집행 그리고 피부양자 자격 관리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평등의 원칙과 비례의 원칙에 구속된다는 것은 당연한 원리”인 점, ② “피부양자제도의 본질에 입각하면 ‘동성 동반자’를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과 달리 취급할 필요가 없는 점”을 고려할 때 피부양자로 등록하기 위해서는 정해진 요건을 갖추어야 하는 상황에서 그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라면 “법령에 의하여 명시적으로 금지되지 않는 이상 피부양자로 인정되어야 한다”는 점, ③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성 동반자’를 직장가입자와 동성이라는 이유만으로 피부양자에서 배제하는 것은 성적 지향에 따른 차별로, 그가 지역가입자로서 입게 되는 보험료 납부로 인한 경제적인 불이익을 차치하고서라도, 함께 생활하고 서로 부양하는 두 사람의 관계가 전통적인 가족법제가 아닌 기본적인 사회보장제도인 건강보험의 피부양자제도에서조차 인정받지 못함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이러한 행위가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사생활의 자유, 법 앞에 평등할 권리를 침해하는 차별행위이고, 그 침해의 정도도 중(重)”한 점을 제시했다. 나아가서 다수의견은 동성 배우자에 대한 국민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불인정하는 차별을 용인할 수 있는 특별히 합리적인 이유도 없다고 보았다. 다수의견은 “‘동성 동반자’를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에 준하여 피부양자로 인정한다고 하여 전통적인 의미의 혼인과 이에 기반한 가족제도를 해친다거나 법적 안정성 또는 제3자의 권리를 침해할 소지도 없다”면서 “동성 동반자를 피부양자로 인정한다고 해서 피부양자의 숫자가 불합리하게 증가한다거나 건강보험의 재정건전성을 유의미하게 해친다고 볼 수 없”고 “소득 및 재산요건만 갖추었다면 직계존속과 직계비속의 연령과 인원수에 제한 없이 피부양자로 인정될 수 있기 때문에 부모와 자녀 등 다른 가족들 사이에 이해관계가 충돌할 염려도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다수의견은 서울고등법원 판결과 마찬가지로 국민건강보험을 비롯한 사회보장제도의 영역에서 행정청이 평등의 원칙을 준수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면서 그 제도의 취지와 목적, 기능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법규범과 행정행위에 대한 규제와 해석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또한 성적지향을 이유로 한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이 헌법 제11조 제1항의 평등의 원칙에 의해 분명히 제한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는 의의가 있다. 피부양자 자격 인정의 의미를 경제적인 측면에 국한하지 않고 관계적, 사회적 측면에서도 살펴보았다는 점에서 갖는 의의도 있다. 한편 다수의견은 동성 배우자의 국민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 취득을 인정하면서 “지난 40여 년간 건강보험의 피부양자제도가 불평등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시행되어 온 것과 마찬가지로, 소득요건과 부양요건이 동일한 상황에서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오늘날 가족 결합의 변화하는 모습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이 요구되고, 이를 토대로 건강보험제도가 국민의 삶의 질과 건강수준을 향상시키고 나아가 사회보험으로서 사회통합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러한 전망은 국민건강보험뿐만 아니라 다른 사회보험, 나아가서는 사회보장제도 전반에 있어 대한민국이 동성 배우자의 사회권 보장을 위해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관한 일종의 실마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보다 고민해야 할 지점도 있다. 다수의견은 (판례의 표현을 그대로 옮기면) ‘동성 동반자’와 ‘(이성으로서)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에 대해 본질적 동일성을 인정함은 물론 ‘법률혼 배우자’와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 사이에는 혼인신고라는 형식을 갖추었는지 여부에 차이가 있을 뿐이라고까지 하면서도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까지 보호 범위에 포함하는 사회보장 관계 법령들이 상당수 존재하나, 이 사건은 건강보험이라는 특수한 사회보장제도와 관련한 피부양자 인정에서의 형평성 유지에 관한 것으로 건강보험제도와 피부양자제도의 취지, 목적 등을 떠나 생각할 수 없고, 다른 사회보장제도의 경우 각 제도의 목적 등에 비추어 별도로 판단할 문제”라는 다소 유보적인 입장을 취하여 “‘동성 동반자’에 대해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에 준하여 건강보험의 피부양자로 인정하는 문제와 민법 내지 가족법상 ‘배우자’의 범위를 해석‧확정하는 문제는 충분히 다른 국면에서 논의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물론 사안에 따라 문제가 되는 제도의 목적과 취지,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는 것은 원칙적이고 바람직한 태도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위와 같은 다수의견의 입장은 동성 배우자와 이성 배우자의 본질적 동질성은 인정하면서도 행정지침이나 관행이 아닌 법률에 ‘배우자’ 내지는 ‘사실혼 배우자’로 명시된 사회보험이나 기타 사회보장제도의 경우에는 아직까지 (동성 간의 혼인신고를 불수리하는 현실로 인해) 법률적으로 혼인의 성립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동성 배우자가 그 적용 및 혜택에서 배제당하는 형태의 차별을 겪더라도 법적 권리 구제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적이라고 할 수 있다(앞서 각주에서 언급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별개의견에 비추어본다면 매우 현실적인 우려라고 할 것이다). 위와 같은 이유로 행정청이 동성 배우자의 사회보장제도 적용 및 혜택 수혜를 거부 내지 해태하는 경우 그때마다 행정소송을 제기하여 권리 구제를 도모해야만 하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는 점도 문제적이기는 마찬가지다. 따라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확인된 법리의 핵심적인 내용을 반영하는 동시에 위와 같이 제기될 수 있는 현실적인 우려를 반영하여 동성 배우자의 사회권 보장을 실현할 수 있는 제도적 개선방안을 모색해야 할 필요가 있다. Ⅲ. 동성 배우자의 사회권 보장을 위한 제도적 개선 방안 그렇다면 어떠한 방법으로 동성 배우자의 사회권 보장을 목적으로 하는 제도적 개선을 도모할 수 있을까. 앞서 제기한 현실적인 우려에도 불구하고 동성 배우자의 국민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설시된 법리는 다른 사회보장제도의 적용 및 혜택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다. 특히 사실혼 배우자가 적용 및 혜택의 대상이 되는 사회보험 성격의 국민연금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공무원연금법상 보험급여는 물론이고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의 지원에 관한 법률상의 육아휴직 및 배우자출산휴가와 같은 제도의 경우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취지를 존중하여 동성 (사실혼) 배우자에 대해서도 적용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마땅하다. 동성 (사실혼) 배우자와 이성 사실혼 배우자가 본질적 동일성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 확인된 이상 앞서 언급한 예시를 포함한 다수의 사회보장제도가 생활공동체로서의 사실혼 배우자 관계에서 당사자들의 사회권을 보장하기 위해 마련 및 시행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동성 (사실혼) 배우자만 그 적용 및 혜택의 수혜에 있어 제외할 합리적인 이유는 상정(想定)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관련하여 정부에서도 같은 취지에서 담당 부처 차원의 공식 의견을 개진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후속 논의를 유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17) 다만 기관 및 제도에 따라 증빙서류로서 사실혼 관계 존부 확인의 소를 제기한 이후 그 판결문을 제출할 것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보이므로 동성 (사실혼) 배우자 입장에서 권리 실현에 있어 제약이 없도록 미리 제도적 장치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국민건강보험의 경우처럼 인우보증서나 사실혼 관계를 확인하는 공증 서류의 제출로 갈음하는 방식을 취한다면 큰 어려움 없이 정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궁극적으로는 동성 배우자의 혼인신고를 불수리하고 있는 행정청의 처분 관행에 대한 사법적 심사를 통해 ‘혼인’과 ‘부부’에 관한 심도 깊은 논의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본다. 앞서 현실적인 우려로서 언급한 바와 같이 사안이 있을 때마다 개별 사회 구성원이 소송을 제기하여 권리 구제를 도모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바람직하다고 볼 수도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동성 배우자가 ‘혼인’과 ‘부부’를 중심으로 한 사회보장제도의 적용 및 혜택을 받음으로써 사회권을 보장받으려면 ‘혼인’과 ‘부부’의 정의를 법적으로 다시금 살펴보는 작업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작업은 이성 간 혼인 중심의 사회보장제도에 동성 간 혼인 관계의 당사자가 편입한다는 의미보다는 혼인으로서의 실질을 가지고 관계를 형성한 채 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당사자에 대한 오분류(誤分類)를 시정하는 의미로서 ‘혼인’과 ‘부부’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제기된다. 실제로 행정청의 불수리 방침에도 불구하고 동성 간 혼인신고는 지속적으로 접수되는 추세를18) 나타냈다. 관련하여 최근에는 동성 부부 열한 쌍이 행정청의 동성 간 혼인신고 불수리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19) 따라서 사법적 심사를 통해 제도의 목적과 취지, 기능과 현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혼인’과 ‘부부’의 법적 개념에 대해서 합리적인 법리가 제시되기를 바라게 된다. 한편 혼인의 의사를 갖고 있는 동성 배우자 관계 이외에도 서로에 대한 돌봄이나 협조를 주고받는 관계로서 동성의 생활공동체 관계가 존재하는 경우도 있다. 동성의 생활공동체 관계의 경우에도 사회권 보장의 필요성이 동성 배우자 관계와 비교했을 때 결코 작다고 할 수 없으므로 ‘혼인’과 ‘부부’에 대한 법적 논의 및 사법적 심사와는 별개로 생활동반자법20) 입법과 같은 형식의 제도적 개선 방안을 실현하여 동성의 생활공동체 관계도 사회권의 주체로서 마땅히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위 주장과 관련하여 별개의견은 ‘동성 동반자’의 국민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한 취지의 다수의견에 대해 “사실상의 법형성이나 입법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지울 수 없다”고 지적하였는데, 이러한 논쟁에 따른 사회적 갈등을 조기에 종식시킬 수 있는 방법은 그 무엇도 아닌 입법부 주도의 책임 있는 논의와 사회적 공론화라는 점에서 그렇지 못한 현실에 아쉬움을 느낄 따름이다. Ⅳ. 결론 대법원 전원합의체 다수의견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사회보장기본법 제5조 제3항에 따르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국가 발전수준에 부응하고 사회환경의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며 지속가능한 사회보장제도를 확립”하고 “매년 이에 필요한 재원을 조달”해야 할 의무가 있다. 조문의 문언에 따라 그 취지를 해석하면 사회보장기본법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사회 보장의 제도적인 차원에서 환경의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의무를 부여한 까닭은 다름 아닌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과거에 마련한 규준과 잣대에 머무른다면 사회권 보장의 빈틈이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대법원 전원합의체 다수의견 판결을 통해 제시된 동성 배우자 국민건강보험 직장가입자 피부양자 자격 인정에 관한 법리는 사회보장기본법이 궁극적으로 추구하고자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과정의 일환이라고 해석된다. 서울고등법원은 판결문의 말미에서 “누구나 어떠한 면에서는 소수자일 수도 있고, 다수결의 원칙이 지배하는 사회일수록 소수자의 권리에 대한 인식과 이를 보호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며, 이는 인권 최후의 보루인 법원의 가장 큰 책무이기도 하다”고 설시했다. 서울고등법원이 판결을 통해 말하고자 했던 바는 동성 배우자를 비롯한 대한민국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사회권을 보다 두텁게 보장하는 방식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느끼게 한다. 그러므로 이 글에서 소개한 논의가 단지 동성 배우자에 국한된 문제로 읽히지 않기를, 사회권의 개념과 실제 보장 범위를 크고 넓게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으로 읽히기를 바랄 뿐이다. <끝> <참고문헌> - 논문 ○ 이부하, 평등원칙 심사기준에 관한 헌법적 고찰 – 헌법재판소 결정을 분석하며 -, 법과정책연구, 한국법정책학회, 2018. - 언론보도 ○ 고한솔, “건보공단, 동성커플을 ‘부부’로 인정하다? - 남성 직장가입자의 남성 배우자 피부양자 등록기”, 한겨레21, 2020. 10. 23 https:https://h21.hani.co.kr/arti/society/society/49387.html
○ 오동욱, “국민연금도 동성 부부 수급 인정 청신호···정부 “건강보험과 같은 기준으로””, 경향신문, 2024. 10. 8,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410081627001?utm_source=urlCopy&utm_medium=social&utm_campaign=sharing ○ 신다인, “지난해 11월부터 월 1건 이상 동성혼 접수...서울이 제일 많아”, 여성신문, 2024. 7. 16, https://www.wome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49900 ○ 황윤기, ““동성혼 금지하는 현행 민법은 위헌” 동성부부 11쌍 소송 나서”, 연합뉴스, 2024. 10. 10, https://www.yna.co.kr/view/AKR20241010084900004?input=1195m - 웹사이트 ○ 국가법령정보센터(https://www.law.go.kr/) ○ 국가인권위원회(https://www.humanrights.go.kr/) ○ 대법원 - ‘나의 사건검색’ (https://www.scourt.go.kr/portal/information/events/search/search.jsp) ○ 국회 의안정보시스템(https://likms.assembly.go.kr/bill) 1) 헌법재판소 1989. 1. 25. 선고 88헌가 7 결정 2) 헌법재판소 1994. 2. 24. 선고 92헌바43 결정 3) 이부하, 「평등원칙 심사기준에 관한 헌법적 고찰 – 헌법재판소 결정을 분석하며 -」, 『법과정책연구』, 한국법정책학회, 2018, 590-591쪽 4) 대법원 2007. 10. 29. 선고 2005두14417 전원합의체 판결 5) 국가인권위원회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하여 2022년 4월 26일부터 27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자동응답 전화조사(ARS) 방식으로 조사를 실시한 결과 ‘우리 사회에서 겪는 차별이 심각하다’고 응답한 사람의 비율이 66.6%, ‘차별 해소는 적극적 노력을 기울여 해결해야 할 사회적인 문제이다’라는 생각에 ‘동의한다’고 응답한 사람의 비율이 75%로 나타났다.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는 ±3.09%point(국가인권위원회, 「평등에 관한 인식조사」, 2022). 따라서 조사 결과에 따르면 평등과 반차별(反差別)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긍정적인 의미에서) 일정 수준에 도달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6) 성적지향, 성별정체성, 성별표현의 측면에서 사회적 소수자의 위치를 점하고 있다고 인식 및 평가되는 사람을 일컫는 표현이다. 7) 동대문구시설관리공단이 성소수자 단체의 공공체육시설 사용을 허가한 이후에 항의 민원을 받고 그 허가를 취소하자 성소수자 단체 및 소속 활동가들이 민사소송(손해배상청구)을 제기한 사안에서 대법원은 심리불속행 기각을 통해 헌법 제11조 제1항 위반에 의한 평등권이라는 기본권의 침해에 따른 손해의 발생과 그 손해에 대한 배상 책임을 인정한 서울서부지방법원 2022. 5. 13. 선고 2021나47810 판결을 확정했다(대법원 2022. 8. 19. 선고 2022다241875 판결). 이외에도 하급심 판결이기는 하지만 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이 성별재지정수술 및 법적 성별 정정을 한 트랜스젠더 여성의 여자화장실 이용을 5개월 동안 막은 국비지원 미용학원 운영자의 행위가 성별정체성을 이유로 한 차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배상 책임을 인정한 판례가 있다(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 2021. 10. 27. 선고 2019가소12475 판결). 8) 고한솔, “건보공단, 동성커플을 ‘부부’로 인정하다? - 남성 직장가입자의 남성 배우자 피부양자 등록기”, 한겨레21, 2020. 10. 23, https:https://h21.hani.co.kr/arti/society/society/49387.html 9) 행정기본법 제9조(평등의 원칙) 행정청은 합리적 이유 없이 국민을 차별하여서는 아니 된다. 10) 서울행정법원 2022. 1. 7. 선고 2021구합55456 판결 11) 이부하, 위의 논문, 581-583쪽 12) 서울고등법원 2023. 2. 21. 선고 2022누32797 판결 13) 서울고등법원은 판결문에서 “원고는 ‘동성 부부’ 또는 ‘(동성) 사실혼 배우자’라고 표현하기도 하나, 아직 동성 간 혼인 또는 사실혼이 인정되지 않는 현행법 하에서 그와 같은 표현은 개념의 혼란을 야기할 수 있으므로, ‘동성 결합 상대방’이라고 부르기로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글에서는 (제도적 인정 여부와 무관하게) 혼인의 의사를 갖고 공동의 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동성(同性)의 상대방을 의미하는 ‘동성 (사실혼) 배우자’라는 표현을 사용하므로 판결의 표현을 직접 인용할 때만 ‘동성결합 상대방’이라고 썼다는 점을 밝힌다. 14) 대법원 2024. 7. 18. 선고 2023두36800 판결 15) 다수의견 : 대법원장 조희대, 대법관 김선수, 대법관 노정희, 대법관 김상환, 대법관 이흥구, 대법관 오경미, 대법관 서경환, 대법관 엄상필, 대법관 신숙희 (이상 9인) 16) 별개의견 : 대법관 이동원, 대법관 노태악, 대법관 오석준, 대법관 권영준 (이상 4인) 별개의견은 이 사건 처분의 실체적 하자가 있다고 판단한 다수의견에 동의할 수 없다는 취지에서 “개별 사건에 대한 법원의 판결을 통해 혼인관계나 배우자 등 우리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제도나 개념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이 사건의 실제 의미와 결론이 우리 법제와 사회에 미칠 파급효과까지 염두에 두고 이 사건을 검토”한다면서 ① 국민건강보험법상 ‘배우자’ 개념은 이성 간 결합을 본질로 하는 ‘혼인’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동성 동반자’는 ‘사실상 배우자’와 본질적으로 동일한 집단에 속하지 않고, ② 따라서 이 사건 처분이 헌법상 평등의 원칙을 위배한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로 판단했다. 17) 오동욱, “국민연금도 동성 부부 수급 인정 청신호···정부 “건강보험과 같은 기준으로””, 경향신문, 2024. 10. 8,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410081627001?utm_source=urlCopy&utm_medium=social&utm_campaign=sharing 18) 신다인, “지난해 11월부터 월 1건 이상 동성혼 접수...서울이 제일 많아”, 여성신문, 2024. 7. 16, https://www.wome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49900 19) 황윤기, ““동성혼 금지하는 현행 민법은 위헌” 동성부부 11쌍 소송 나서”, 연합뉴스, 2024. 10. 10, https://www.yna.co.kr/view/AKR20241010084900004?input=1195m 20) 생활동반자법이란 ‘생활동반자관계에 관한 법률(안)’의 줄임말로 혼인, 혈연관계가 아니더라도 주거와 생계를 공유한다면 생활동반자관계의 성립과 등록이 가능하도록 하고, 그 관계의 효력 및 그들의 의무와 권리를 규정하는 차원에서 제정 및 시행하기 위한 법률(안)을 뜻한다. 제21대 국회에서 용혜인 의원 등 11인, 장혜영 의원 등 14인이 각각 해당 법안을 발의했으나 임기 만료로 자동 폐기되었다(국회 의안정보시스템 참조). |